도사 완전 집중해서 서죽 49개를 오른손으로 촤악 두 묶음으로 가른다. 은수도 진지하게 본다. 도사가 왼손에 있는 것은 그대로 들고. 오른손에 있는 것은 바닥에 놓는다. 바닥에 있는 것 중에 하나를 따악 뽑더니 왼손 새끼와 검지 사이에 끼운다.
그러면서 뭔가 중얼중얼하면서 손에 남은 서죽의 숫자를 두 개 세 개씩 세어나간다.
은수 뭐래요? 어디 있대요?
그러나 도사는 다시 서죽을 모아 이마에 대며 중얼중얼.
앞에서 도사가 아까와 똑같은 동작을 다시 하는 사이, 은수 답답해서..
은수 되도록이면 좀 일찍 만날 수 있음 좋겠는데.. 제가요.
돈이 좀 급하게 필요해요. 내가 무슨 명품 가방 이런 거 사겠다는 게 아니구요. 지금 연구하는 게 있거든요. 줄기세포 추출기의 일종인데.
이거 프로토타입을 만들다가 연구비가 딱 떨어져 가지구..
도사 (괘가 나온 모양) 호오..
은수 (긴장해서 보는)
도사 천풍구 5효라..
은수 그게 뭔데요.
도사 이기포과에 함장. 유운자천. 어허어..
은수 왜요.
도사 하늘이 점지한 운명의 상대를 만나는도다.
은수 어머.. (좋아서) 하늘이래..
도사 헌데.
은수 헌데?
도사 이미 과거에 만났던 자라 하니.
은수 과거.
도사 지나간 남자분들 중에 잘 생각해보세요.
은수 예?
도사 그 중에 하늘에서 점지한 상대가 있었다.. 라고
풀어낼 수가 있겠습니다.
은수 (생각해보다가) 설마.. (누군가를 생각하는)
# 2병원 복도 일각
은수의 인턴 시절. 안경 쓰고 가운을 입고 뒤로 묶은 머리는 몇 군데 뻗치고 상당히 촌스러운 차림으로 촌스런 가방을 가슴에 안은 은수가 수줍어서 몰래 보고 있는 곳. 저만치 가운 차림의 잘생긴 선배 의사가 등을 보이며 간다. 은수가 좋아서 얼른 뒤뚱뒤뚱 쫓아간다. 촌스런 삼선 슬리퍼를 절컥거리면서. 그 위로
은수소리학부 때부터 시작해서 인턴까지 장장 삼년 사개월 .
사귀던 남자가 있긴 했죠.
선배인 주제에 지 졸업고사 리포트까지 날더러 쓰게 했던 그 놈.
# 3병원 비상계단
은수가 좋다고 선배를 밀어 들어오고 있다. 선배는 어어 하면서 힘센 은수에게 밀려들어왔다. 은수가 혼자 좋아 죽으면서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는
은수 선배 어제 밤 당직이었지? 아침도 아직 못 먹었을 거구. 크크크
내가 도시락 싸왔다. 이거 내가 직접 만든 건데..
가방에서 꺼낸 플라스틱통을 열어 보여준다. 못생기고 크기가 각각 다른 주먹밥이 세 개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