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백 (피식 웃더니 벌벌 떨며 고개를 가로 젓는다)....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입 안의 상처는....
채옥 (뒤통수를 맞은 듯 멍한)...............
<플래쉬백 11회 14씬, 18씬> 채옥의 주먹이 성백의 볼에 작렬한다...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돌린채 입술 안쪽의 피를 닦아내는 성백... 채옥의 상처에 입을 대고 정신없이 피를 빨아 뱉어내는 성백.....
채옥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떨군다).............
성백 (숨을 몰아쉬며)......... 남겨지는 것보다 떠나는 편이 낫다......
채옥 (눈물이 글썽인다)............
성백 (애써 웃으며)... 혼자 남는 게...... 죽기보다 고통스러웠다......... 내 아버지...... 어머니..... 내 누이..... 그 때도 나만 살아남았어....
채옥 (기어코 눈물이 흐른다)..........
성백 (역시 젖은 눈으로)...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니 탓이 아니다... (거의 죽음이 임박한 듯 목소리가 잦아든다) 널...... 혼자 두고 가서 미안하다................... 사랑 한다............
채옥 (온 얼굴에 눈물이 범벅인데.... 이를 악물고 참는다.... 몸이 떨린다)............
성백 (피눈물이 북받쳐 오른다)........ 다시 태어나면............ (울음이 새어나오는)........ 다시는 만나지 말자...... 다시는..............
떨리던 눈이 감기며... 스르르 무너진다... 성백의 가슴을 움켜쥐고 처절하게 흐느끼는 채옥.... 느슨하게 주먹을 쥔 성백의 오른손이 땅바닥을 쓸며 힘겹게 움직인다..... 성백의 손이 흐느끼는 채옥의 손에 닿는다.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고개를 드는 채옥... 성백의 손이 마치 채옥의 손을 간절히 원하듯 떨린다... 채옥... 성백의 손을 가만히 움켜쥐는데.... 성백의 주먹이 풀리는 듯 싶더니 툭--하고 떨어진다... 채옥의 손바닥에 젖은 흙덩이가 놓여 있다....!! 그제서야 성백의 얼굴을 보는 채옥.... 젖은 흙과 성백을 번갈아 보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벌떡 일어나 미친 듯이 벽을 더듬으며 젖은 흙벽을 찾는 채옥... 어느 순간... 채옥의 움직임이 굳은 듯 멎는다... 벽을 쓸어 손으로 비비면 후두둑 떨어지는 젖은 흙... 품에서 단도를 꺼내... 미친 듯 흙을 파기 시작하는 채옥... 울음이 터져 나온다...
<플래쉬백> -죽어가는 몸을 이끌고 동굴 벽을 짚은 채 사방을 뒤지는 성백의 모습... -채옥의 곁으로 돌아와 앉는 성백... 꼭 쥔 주먹을 펴면.... 젖은 흙 한 줌... 몸을 벌벌 떨며 의식 없는 채옥을 보며 서글픈 미소를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