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스캔들 (성균관,규장각 원작 글귀 재신,윤희)
리뷰(review)/드라마 2018. 10. 2. 09:29
재신이 윤희를 끌어당겨 품에 와락 안았다. 당황하여 그를 밀쳐 내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허사였다.
“걸오 사형! 뭐 하는 짓입니까? 노, 놓으십시오!”
“넌 어째서 부드러우냐?”
“저, 전 사내입니다. 왜 이러십니까?”
“사내이면서, 왜 이리 부드러우냐?”
“놓으라니까요!”
“이리 부드러운데 사내인들 뭔 상관이냐? 내가 안아서 좋으면 그만이다.”
윤희는 더욱 거세게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그의 팔은 더욱 강하게 조여 왔다. 그러기를 잠시, 재신이 키득거리며 그녀를 품에서 놓았다. 윤희는 냉큼 그에게서 떨어져 앉았다.
“이번 장난은 정말 지나쳤습니다. 자칫하면 귀형의 상처를 칠 뻔 하였습니다.”
“그럴까봐 놓았다.”
그러고도 그는 한참 동안을 실성한 사람처럼 홀로 키득거렸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재신은 또 다시 이곳 반궁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탕평비각을 지날 즈음, 윤희는 재신의 걸음에 따라잡히고 말았다. 그녀의 뒤로 성큼성큼 다가간 재신은 그녀의 등을 탕평비각으로 거칠게 밀쳤다. 그리고 비각의 나무 살을 잡아 자신의 품과 그 사이에 가두었다. 윤희는 깜짝 놀랄 사이도 없었다.
“돌아보지 마라!”
등 뒤에서 외치는 재신의 목소리가 이상했다. 그래서 그의 말을 어기고 돌아볼 수가 없었다.
“비참하다고? 내 앞에서 비참하단 거냐? 그렇다면 나는 어떨 것 같으냐? 감옥에 있는 가랑보다, 여기 있는 내가 더 비참하다는 걸 아느냐? 나의 비참함을 아느냐고!”
잊고 있었다. 지금 그가 누구보다 힘들고 괴롭다는 걸 잠시 잊었다. 용하와 웃고 떠들고 있어서 그녀로 하여금 잊게 만들었다.
“걸오 사형……, 제가 잠시 화가 나서…….”
윤희가 돌아보려고 하자, 그는 더 크게 소리 질렀다.
“뒤돌아보지 말라고 했다! 돌아보면 정말 죽여 버린다.”
그녀의 등 뒤에서 재신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볼 수 있는 건 나무 살을 부셔버릴 듯 꽉 쥐고 있는 그의 양 주먹이었다. 그의 주먹이 비참함을 견디지 못하고 가늘게 떨면서 울고 있었다.
“쓸모없는 놈을 버린다면 네가 아니라 제일 먼저 여림이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널 반궁에 남긴 것은 나의 비참함을 조금이나마 덜어 보고자 하는 욕심이었다. 지금으로도 넌 충분히 위험한데, 나더러 널 더 큰 위험에 빠뜨리란 말이냐. 그렇게 하여 나에게 스스로를 혐오하게 만들란 말이냐.”
“전 단지 같은 상유로서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고집 부리지 마.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고 하나 하겠다! 두 번 다시 내 앞에서 먼저 등을 보이고 돌아서지 마라. ……네 뒷모습이 꼭 여인과 같아서 안고 싶어지니까.”
나무 살을 잡은 재신의 손이 사라졌다. 그리고 등 뒤에 있던 그의 느낌도 사라졌다. 윤희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용하는 되면서 왜 자신은 안 된단 말인가. 무시하는 투가 아니었다.
오히려 협박을 가장한 간곡한 청이었다.
“어째서……?”
그녀의 낮게 읊조리는 의문이 천천히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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